도예 체험
일상의 miinkang

도예 체험

계룡산도자예술촌에 갔다.
나영이가 예약을 했고, 아침을 먹은 후 출발했다.
 
수강생을 위한 앞치마와 깨끗하고 시원한 작업공간을 상상했는데,
전혀 달랐다.

선생님의 삶 그대로의 모습인 듯한 작업실.
자기 집인 걸 온몸으로 표현하는 듯 우리가 온지도 모르고 기절한 고양이.
양 옆으로 열려있는 문 밖으로 보이는 계룡산과 가끔 들어오는 산바람.
 
작업실에 들어가면서 전시된 여러 도자기를 보고 무얼 만들지 정했다.
 
아직 거처가 없는 나는 운반하기 쉬운 술잔으로, 성아도 나와 같은 술잔.
이왕이면 큰 게 좋은 나영이는 큰 국그릇.

매끈매끈하고 촉촉하고 시원한 흙이 책상에 놓였다.
먼저 각자의 밑바닥을 동그랗게 말고 눌러서 잘랐다.
 
우리는 전 날 밤.
도예를 취미로 하는 선화에게 팁을 물어봤다.
반죽처럼 많이 주물러서 공기를 빼면 잘 깨지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그 말과 똑같이 많이 주물렀고, 흙은 갈라졌다.
 
알고 보니 이미 공기가 빠져있는 흙이기 때문에 덜 만질수록 좋다고 했다.
흙은 쉽게 건조해진단다. 내 손은 열기가 가득하기 때문에, 최대한 덜 만져야 했다.
 
이제 놓인 흙으로 다 같이 코일을 만들었다.
어린이집에서 처음 해봤던 그때처럼 돌돌돌돌돌돌돌
 
숙숙 예쁜 코일을 만들어내는 선생님과 달리,
우리 코일은 마구 휘어져있었다.
 
손에 힘을 빼라.
빼고 나니 덜 휜 코일이 완성되었다.
 
이제 한줄한줄 코일을 바닥에 쌓으면서 매끈하게 흙을 눌러 잔을 만드는 과정.
 
한 과정 한 과정, 이것저것 방법을 알려주는 수업을 기대했지만,
선생님은 점심식사를 준비하러 떠나셨다.

꼬르통의 한국 이름은 꼴통

우리는 이야기도 나누고, 고양이 꼬르통도 구경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2시간 즈음 주물렀다.
 
미술을 전공한 성아는 성격처럼 꼼꼼히 하고,
나는 얼추 선생님과 성아의 잔을 보며 따라 하고,
나영이는 휙 만든 후에 또 다른 걸 만들기 시작했다.

소나기가 내렸고, 바람이 불었다.
여유로운 시간 속에 내가 있는 기분.
기대한 수업보다 훨씬 훨씬 좋았다.
 
식사를 끝낸 선생님은 커피를 주신다고 하신다.
믹스커피와 내린 커피를 물어보셨고, 나는 후다닥 내려달라고 했다.

선생님이 만드신 작고 멋진 잔에 담긴 에스프레소.
난생처음 먹어봤는데, 향긋하고 맛있고 위가 아팠다.
역시 맛있는 건 몸에 안 좋다.
 
커피를 마시며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문득 넓고 흙과 바람만 있는 이곳에서 혼자 이 작업을 하는 기분이 들어 질문했다.
 
"선생님은 작업할 때 무슨 생각을 하세요?"
 
"생각을 안 해요."
 
여유로운 미소와 무척이나 어울리는 대답.
 
처음엔 여러 생각이 드셨다고 한다.
누군가와 다툰 일, 잘한 일, 못 한 일, 오늘 점심은 무얼 해 먹을까..
 
그러다 생각이 비워지고, 만지고 있는 흙에 집중하면서
그렇게 안 하셨단다.
 
명상.
 
꼭 가부좌를 들어앉아 잔잔한 음악을 트는 것만이 명상은 아니었다.
한 가지 일에 몰입하고 집중하고, 생각이 비워지면 그게 명상이라고 하셨다.
 
설거지를 해도 명상
고양이를 쓰다듬어도 명상
참외를 먹어도 명상

다 끝난 후 컨셉 촬영

아주 어릴 때, 어린이집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던 시간은 다도 시간이었다.
 
그때의 내가 무슨 생각을 하며 다도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다도 선생님이 알려주는 차의 종류, 차를 내리는 법, 마시는 법..
그 과정 하나하나를 따라가고 느끼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났다.
 
명상에 대한 말씀을 듣고 문득 그 시간이 떠올랐다.
아마 그 시간의 어린 나는 명상을 하고 있던 게 아닐까.
 
이후에도 선생님은 삶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셨다.
 
내가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저울에 올려놓고 있는 지금.
어쩐지 그 이야기가 마음에 들어와 쿵쿵 울려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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